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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어느 시점에 IT의 역사를 되돌아 본다면, 지금은 잠잠해 보이는 2007년이 연대표 상에 의외로 두껍게 쓰여 있을지 모른다. 웹이 등장한 바로 그 해, 그 웹을 움직이기 위해 자바가 등장한 해, 또 이에 자극을 받아 Win32가 닷넷으로 탈피한 해, 그리고 웹의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인지한 작년처럼. 그렇지만 올해는 어쩌면 이 모든 날들보다도 더 기억되어야 할 해일지 모르는데, 그 이유는 웹을 지탱하는 근간이 뒤죽박죽 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달려 온 웹의 기술 구조는 지금 보편적 접근성이란 이상만 간신히 동의된 채 미래를 향해 폭주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잡탕이 되어 누구의 의도와도 상관 없이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XML은 데이터를 넘어 코드가 되어 간다. 아폴로는 웹을 데스크탑으로 데리고 내려 오려 하고, 실버라이트는 서버에서나 가능했던 C#이나 루비 들을 브라우저로 초대하기 시작했다. 자바는 깜짝 놀라 자바FX를 급조했다. 지금껏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생태계의 경계는 와해가 시작되었다.

HD-DVD나 블루레이를 위한 코덱이 웹에서 태연스럽게 도입되고, 웹에서 자라난 소프트웨어는 PC의 장벽을 넘어 모바일로 IPTV로 어딘지 예측할 수 없는 먼 곳으로 팽창을 시작한다. 둑은 스러지고,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 진다. 바야흐로 분수령이다.

오늘의 사태를 RIA라 불러 보지만, 이는 웹2.0, SOA, SaaS 등 사태를 보는 다른 관점들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무시 못할 변화에 놀란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든 묘사해 보기 위해 선택된 단어일 뿐이다. 그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한다고 해도, 그 단어를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누군가가 목격한 본질이나 방향성을 보장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니 더 답답하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을 녹일만한 혼돈이 찾아 오고 있다는 것뿐이다.

늘 그렇듯 혼돈은 기회를 부른다. 기회란 산마루에 서서 자신의 산맥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산맥을 탈 용기를 내는 것이다. IT가 잉태한 모든 혁신적인 것들은 그 흐름을 찾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그저 얼리 어답터 이야기가 아니다. 흐름이 생기는 곳을 찾고 그 곳에서 가치를 만든 무용담이다.

유튜브는 보편적 웹에서 동영상 역시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목격하고 이에 올인한 이들이다. AJAX는 이미 10년 전에 마련된 요소 기술이 여러 브라우저에 들어감을 목격한 눈썰미다. 루비 온 레일즈는? 루비에 녹아 있는 일본식 장인정신에 덴마크식 적응기술주의의 전통을 녹여 ‘웹2.0풍’이란 흐름과 만나게 한 것이다. IT의 모든 파괴적 혁신은 기술이 만들 수 있는 흐름을 찾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이 신봉하던 신념을 버리고 원리주의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산에 오르는 이들의 이야기다.

2007년 지금 우리 앞에는 새로운 미디어의 파워, 새로운 프로그래밍 모델들이 놓여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흐름에 몸을 던지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우리는 늘 이에 미숙했다. 쇄국의 아키텍처로 기술 혁신을 마비시키고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다단계 하도급 문화를 IT에 도입하거나, 섣불리 선진국의 경제/사회 구조에서나 가능한 발전 모델을 시도해 보려 했지, 기술의 전환기에 세계적 흐름을 읽고 이에 보편적 가치를 얹을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유튜브와 같은 혁신의 대박도, 루비 온 레일즈와 같은 혁신의 태동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언어의 장벽에 보호받는 서비스들과, 유난히도 미래에 좌절하는 개발자들과, 기여자 대신 무임승차만 있는 오픈 소스 경제와, 공인인증과 위피 등 자폐성 구조만 남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공허한 IT 강국의 메아리를 암송하고 있다.

2007년이란 한 해는 웹에 큰 진화압을 줄 것이다. 우리 업계에, 그리고 여러분의 기업에, 아니 여러분 스스로에게 스스로 질문을 할 때다. 나는 과연 고개 들어 흐름을 읽고, 이에 뛰어 들 용기가, 가치를 더할 패기가 있는지. 자, 우리는 어느 미래에 2007년 이 분수령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었다고 기억하게 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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